찬합

오동나무
19세기

찬합은 반찬을 여러 그릇에 나누어 담아 포개서 간수하거나 운반할 수 있게 한 용기로, 요즘의 도시락통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임원경제지』의 기록이나 1868년(고종 5년)에 저술된 『진찬의궤』에 ‘왜찬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본래 일본에서 들어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찬합은 오동나무로 짠 길다란 궤의 내부 공간을 다섯등분하여 선반을 두고, 그 안에 서랍처럼 다섯개의 함을 각각 넣은 형태이다. 각 서랍의 앞에는 위에부터 차례로 一·二·三·四·五(1·2·3·4·5)를 새겼으며, 글씨 부분은 붉게 칠했다. 찬합의 뒷면에는 각 층마다 동그란 구멍을 내었다. 이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서랍을 밀어내고자 하기 위한 것이다. 서랍을 모두 담은 궤의 전면은 양 쪽의 홈에 끼우는 방식으로 문판을 여닫도록 제작되었다.

이 찬합은 그 자체로 단정한 멋이 있지만, ‘음식의 이동’이라는 기능성 또한 충실하게 충족하고 있다. 먼저 내부에 서랍이 층층이 들어 무거워질 수 있지만, 가볍고 방충효과가 뛰어난 오동나무를 사용함으로써 각 칸에 음식을 넣어도 무겁지 않도록 했다. 또한 양 측면과 상단에 고리를 달아 끈을 매 들고 다니기 편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