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및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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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골목의 도시다

뉴욕 출신인 내게 서울은 뉴욕과 어떻게 다르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내게 ‘서울’은 골목의 도시다. 뉴욕의 거리는 규칙적이고 넓다. 끝에서 끝까지 고층건물이 계속되는 뉴욕의 풍경을 ‘콘크리트 캐니언’이라 부른다. 뉴욕에서는 숫자로 구분된 길들을 오가며 사는 게 일상이다. 예를 들면, ‘34가에 있는 어느 바’, ‘6 애비뉴에서 비즈니스 미팅’과 같은 식으로. 서울도 물론 뉴욕처럼 대로가 많은데 테헤란로와 12차선 영동대로가 만나는 삼성역 사거리는 아마도 내가 지금껏 본 가장 큰 교차로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삶은 그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진짜 서울의 삶은 이름조차 없는 작고 수 많은 골목에서 매일 숨쉬고 먹고 마시고 논쟁하고 사랑하고 헤어지며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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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담긴 ‘일보일경’의 인생 교훈

나는 한옥으로 이사 온 다음부터 한국의 건축, 정원, 예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서, 개인적으로 연구도 많이 하고 예술가, 건축가들을 직접 만났다. 이런 식으로 한옥에 관해 더 깊이 알아보다가 한 가지 깨달았다. 한옥은 단순히 보기에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삶에 관한 중요한 교훈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뀔 때 느끼는 경외감, 느리게 흘러가는 삶과 그것이 주는 감동,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내게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표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보일경(一步一景)이다…